소녀는 조심스럽게 앞에 놓인 커다란 문을 밀었다.
적어도 20년은 넘게 쌓여왔을 먼지들이 소리없이 자욱히 올라오면서, 시야를 가린다.
매캐하고도 씁쓸한 향기, 답답함과 슬픔의 냄새.
가지말라고, 그렇게 안타깝게 소녀의 앞을 가리며 애원하던 작은 입자들은 결국 떠나고,
소녀의 앞에는 문 뒤의 세계가 펼쳐진다.
빛. 빛. 밝고도 투명한, 백색이라 부르기에도 민망할 정도의 밝은 빛이 소녀를 덮친다.
잠시, 너무도 밝은 빛에 소녀는 눈살을 찌푸리고 잠시 그렇게 서 있는다.
꼭 감은 눈가로 살짝 이슬이 맺힌다.
그렇게 시간이 잠시 정지한다.
열려진 문, 잔잔히 깔린 먼지들, 밝은 빛, 그리고 소녀.
얼마나 지났을까.
문득 문 밖으로부터 바람이 불어와 먼지들을 한번 훑고 간다.
'익숙치 않아. 이런 일, 이런 상황들.'
잠시 중얼거리던 소녀는 이윽고 눈을 뜨고 문 밖을 주시한다.
무언가를 봤던 것일까, 눈동자가 잠시 커졌다. 조금 흔들린다.
"자, 이제 함께 나가 볼까?"
"응. 그런데 조금은 두렵기도 하고, 떨리기도 하고."
"여기, 내 손을 잡아. 이젠 겁낼 필요 없어."
"따뜻해."
"그래. 걱정하지 말고. 천천히 한 걸음씩 같이 걸어가는거야."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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